(1) 진심으로, 이번 일이 '오해'였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최정예 정보기관 국가정보원이 단지 대통령후보 한 사람의 개인 '댓글 알바'사무소로 전락햇다는 사실은
절대로 믿고 싶지 않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국정원과 직원 김 씨의 대응은 이런 제 희망과 기대를 산산히 부숴버리고 말았습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수사이 제1 원칙인 '현장보존' 및 '신속 임장'이
깨어져 버렸기 때문에 '명징한 진실' 규명에는 오점이 남게되었습니다.
즉, 시간의 경과와 임의제출과정에서의 모호함으로 인해 '증거의 무결성(integrity)'이 훼손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장을 급습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한 여의도 '새누리당 SNS단장 윤정훈 목사의 선거 여론 조작' 범죄현장과
너무 비교되는 결과입니다.
그래서, 일반인이 아닌 국가기관이기에, 이 사건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하게 대응한
국정원과 직원 김 씨는 이미 국가기관 최고의 가치인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의혹이 사실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지에
대한 추정을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2) 내가 아는 국정원, 국정원 요원.
저는 어렸을 때 부터 해병대 교육요원 출신으로 미해병으로부터 훈련받은 아버지로부터 영어를 배워,
남들보다 일찍부터 그리고 꽤나 잘 영어를 했습니다.
경찰관이 되어 일선에서 근무하다 경기청 외사계로 옮겨 근무할 때 부터 제 업무가 '외사 정보', '외사 수사', '외사 방첩' 등을
포함했기에 국정원 요원과의 연락, 협력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당시 제가 알고 함께 일하던 국정원 요원들은 모두 국가관과 사명감이 투철하고,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이 충만한
'멋진 남자들'이었습니다. 전문성 역시 뛰어났구요.
그 당시 테러'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가대테러 협의회가 구성되었고,
실무차원에서도 국정원-국방부-경찰-미군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
1년에 한번 대규모 '모의훈련'도 실시했지요.
그때 전 경찰대표로 참가해 "협상요원" 임무를 수행했고, 보이지 않는 건물 안 '인질 상황'에서
국정원 요원이 '인질범' 역할을 했습니다. 모든 협상은 '외국인 테러범'을 가정해 영어로 진행됐습니다.
나름대로 영어에 자신있었던 저는 '아무리 국정원 요원이라지만 나보다 잘하겠어?'라는 젊은 패기와 치기로 협상에 임했습니다.
물론 미리 미군 CID와 함께 협상 프로토콜을 협의하고 연습하고 온 상태였죠.
그런데, 핫라인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영어는 예상하던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원어민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능통함과 때대로 중동식, 남미식으로 억양을 바꿔가며 구사하는 그 능란함....
솔직히 말해서 전 완전히 '아마추어' 였고, 그분은 '달인'의 경지에 올라있었습니다.
게다가, 실전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왼숙함과 포스까지....
제가 버벅거리며 당황할 땐 은연중에 이끌어주며 도와주기까지 했습니다.
영어와 협상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특공대 진입 상황에서 대항하는 무술실력 역시 출중했습니다.
나중에 모든 훈련이 끝나고 모두가 칵테일 파티를 할 때, 슬며시 그 분을 찾아 봤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단단한 몸매에 갈색으로 멋지게 그을은 피부, 수려한 외모....
그분은 그냥 "장선생"이라고만 알려줬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간헉 국정원 분들을 만나면 "장선생" 안부를 물었고, 늘 그분은 해외 공작을 하며 현장에만 계시더군요.
그분은 높이 올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였고, 조직에서도 그런 분들은 높이 오르지 못하는 분위기인듯 했습니다.
고위직에 대한 검찰이나 경찰 등 외부 영입도 많구요.
그분 외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국정원 분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의 능력과 자세,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태도에
제 옷 매무새를 바로잡곤 했습니다.
특히나, 대북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헌신과 희생, 전문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3) 국정원에 대한 실망 ---- 2002 월드컵 "양지를 지향하는 정보기관"
업무도 달라지고 국정원이나 요원들과 만날 일 없이 세월이 흘렀습니다. 유학도 다녀오고.
그러다 2002년 월드컵 준비를 위한 일들이 진행되었는데, "안전" 부분에 대한 자문을 하기 위해 회의 등에
참석하게 되었죠.
그 때 만난 국정원 사람들은 제가 일선에서 보단 종류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실, 넥타이, 깍쟁이, 백면서생, 행정관료....뭐 이런 분위기.
그리고 그들이 경찰과 경쟁하며 "안전관리 책임자"자리와 권한을 노리며 벌이는 유치한 행각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허탈했습니다.
제가 5년간 공부하며 머물러 인맥이 있던 영국의 범죄정보기관(NCIS) 관계자는
한국의 정보기관CIA가 카운터파트로 온다는 말에 기겁을 했습니다.
영국으로 치면 MI5나 MI6격 인데... 무슨 국제행사 안전 책임을 맞냐....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스파이, 정보기관에게 어떻게 경찰범죄정보기관이 정보제공을 할 수 있냐? 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건 아닌데"...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4) 권력을 탐하는 정보기관
사람은 욕심을 부리는 순간 타락하게 됩니다. 가치관과 윤리기준이 흐려지게 되죠.
최근 돈 검사, 성 검사, 낚시글 검사, 벤츠 여검사 등 '검사 시리즈'를 만들어 낸 검찰이 그 경우입니다.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권력'이라는 꿀에 현혹된 결과죠.
국정원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늘 문제가 생겼고, 개혁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름과 조직, 사람 등이 바뀐 뒤엔 슬그머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죠.
그게 다 대통령들과 그 주변 '권력의 개들' 때문입니다.
야당일 때는 권력기관 비판하고 성토하고 개혁하라 소리치다가 권력잡으면 자기 사람 심어놓고 그 막강한
힘을 이용해 먹는 놀이에 폭 빠진거죠.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은 그 장단에 춤추며 근본적인 개혁의 칼날을 피하고...
아마, 이번 사건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은 여기에 있을 겁니다.
(5) 대책 - 국내, 국외, 대북 정보기관 분리, "정보위원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
미국의 CIA외 FBI, 영국의 MI5 와 MI6 등 주요 선진국들의 정보기관이 국내용과 국외용으로 분리되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보의 분산 및 전문화"로 상호견제하며 권력기관화를 방지하자는 거죠.
물론 서로 다투는 등의 부작용은 있습니다. 미국의 911 원인이 된 '협력 부재' 문제도 있죠.
이 문제 해결위해 군 정보기관, 범죄정보기관, 대테러 정보기관 등이 "정보연합체"를 구성해 서로 연계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고 최상층에 "정보위원회"를 둬 민주적으로 통제하게 합니다.
또한, 정보기관 장의 임기는 반드시 대통령의 임기와 엇갈리게 해 서로 짜웅이 되지 못하게 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더군요.
해결책의 일부는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닌듯 합니다.
보다 진지하고 면밀하교 구체적이고 첵적이며 종합적이고 실효성있는 개혁방안이 필요합니다.
(6) 국가정보기능은 강하고 은밀하고 촘촘해야 합니다.
북한의 위협, 외국의 산업스파이... 국익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 정보기관.
이스라엘의 모사드, 미국의 CIA 못지않게 아니 그들을 능가하는 정보기관과 요원이 우리 안전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이들이 권력을 탐하는 (주로 외부에서 유입된 검찰이나 행정관료, 정치인 등이 주범으로 추정됩니다) 일부에 의해
왜곡되고 휘둘리지 않을 안전장치를 갖추되, 국가정보기관과 요원들에게는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도 듬뿍 줘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숨김없이 거짓없이 투명라게 밝혀져야 할 이유입니다.
만약에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결코 숨기려 하지 마십시요.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습니다.
지난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권력놀음에 이용당하다가 결국 팽 당합니다.
국민의 불신은 크고 깊어만 갑니다.
원치않는 외부적 개혁에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차라리 스스로 밝히고 매를 맞으십시요.
그게 진정한 정예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의혹이 오해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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